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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AI, 러브 머신나츠키가 화투로 OZ의 생사가 결정된다.
그런데 왜 하필 화투였을까?
영화 내내 화투 게임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등장을 많이 시킨 이유가 있을 거다.

썸머워즈 “썸머워즈” 영화 일부분

나무만 보는 AI, 숲을 보는 인간

해킹이라는 것도 숲을 봐야 가능한 아주 전문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러브 머신이라는 해킹 AI는 지식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OZ 시스템 내부와 외부 모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자신의 목표를 방해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할 뿐이다.
당연히 선과 악의 개념 자체가 없다.

썸머워즈 “썸머워즈” 영화 일부분

결국 OZ 시스템 해킹으로 인간 세계가 난리가 났다.
이때 인간은 OZ 해킹에만 매몰되지 않았다.
시스템 오류로 인해 수많은 가짜 신고가 발생했음에도
그중에서 진짜 신고가 있을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 움직였다.

이렇게 한 가지에만 매몰되지 않는 게 AI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AGI, 즉 인간과 유사한 지능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소프트웨어가 탄생한다 해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을 것 같다.
결국 AI는 한 가지 목적을 가져야 할 일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므로 AI는 나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이와 반대로, 인간은 숲을 보면서 다양한 방면을 신경쓰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적 차이도 무시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썸머워즈 “썸머워즈” 영화 일부분

화투를 선택한 이유

화투는 AI가 하기에는 정말 어려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카운팅이나 지금 내가 가진 패, 상대가 가진 패 등을 고려하는 능력은 뛰어날 거다.
하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엎어진 패에서 무엇이 나올지 고려하지 못하는 건 인간과 동일하다.

게임 전반적인 상황을 보는, 숲을 보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한 게임이다.
그래서 숲을 보는 능력이 좋은 사카에 할머니가 잘했던 것도 이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라는 요소가 은근히 높은 영향을 끼치는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요소는 AI도 어떻게 계산할 수 없는 영역이다.

썸머워즈 “썸머워즈” 영화 일부분

이 영역도 결국 확률 싸움이긴 하다.
하지만 결국 나온다, 안 나온다라는 50% 운의 영역일 뿐이다.
이것마저도 계산으로 어떻게든 해결하려 했던 러브 머신이 그래서 패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보면, 화투를 선택한 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전반에 걸친 주제를 포괄하는 느낌도 들고,
15년 전 작품임에도 AI에 대한 안목도 잘 느낄 수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오늘의 깨달음 : AI는 인간을 넘어서기 힘들다

물론 어마무시한 돈이 들어가면 가능한 일이긴 하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정말 많은 물리적 서버와 그걸 감당할 전기와 발열 문제를 어떻게 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기계적으로 실행되는 AI는 결국 계산이 되지 않는 것으로 이뤄진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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