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마음 속에 검이 있다.

괴물의 세계에서는 사상은 존경받지만, 문자를 배척한다.
지혜는 살아있기 때문에, 문자라는 죽은 생물로 기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 세계는 이상하리만큼 문자로 가득하다.

인간은 문자에 스스로 지배당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라고.

괴물의 아이 “괴물의 아이” 영화 일부분

문자와 그림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문자에 갇혀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뭔가 말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선 믿지도, 기록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바로 CCTV 화면 연출이 나온 이유가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존재하다고 생각한다.

괴물의 아이 “괴물의 아이” 영화 일부분

이치로히코가 결국 어둠에 잠식되어 인간 세계로 나와 큐타와 싸워 사고를 많이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폭발 사고도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걸 일으킨 그림자 고래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증언에도 CCTV에는 찍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순 사고로 넘어간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도 않고, 문자로 남기기도 이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자는 CCTV와 같이 의미가 이미 정해져있다.
그걸 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나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걸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정해진 의미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괴물의 아이 “괴물의 아이” 영화 일부분

반면에 그림을 생각해보자.
문자와 달리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는 사람의 의도가 어찌됐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문자도 그러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문자는 의미가 정해진 단어를 의미한다.
해석은 달라질 수 있지만, 문자의 뜻 자체가 변하지 않는다.

여튼 그림은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정말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같은 그림을 보고서도, 보이는 게 다르듯이 말이다.

괴물의 아이 “괴물의 아이” 영화 일부분

사람은 나약한 존재

왜 우리 괴물과 인간이 사는 세계를 다르게 하겠는가.
인간은 나약하기 때문에
그 가슴 깊은 곳에 어둠을 품고 있다고 하지.
만약 어둠에 넘어가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면…

인간은 괴물과 다르게 마음 속에 검이 없다.
그래서 그 텅 빈 마음 속 공간에 어둠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이마저도 결국 문자와 그림의 차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그랬는지’, ‘나한테 왜 그러는지’ 등의 의문만 들어도 어둠이 자란다.

정답을 찾을 수 없는 것에서 정답을 어떻게든 찾으려 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본인에 대한 정체성을 찾지 못한 상황, 즉 자신의 검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선 이겨낼 수 없다.


오늘의 깨달음 : 본인만의 검을 찾자

그렇다고 문자를 싫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문자를 통해 지식을 얻고, 사고하고, 글을 쓰면서 살아가야 비로소 나다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얻은 나만의 검을 통해 세상을 나답게 살아가는 게 삶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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