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은 겨우 4살인 어린아이다.
이제 슬슬 자아의 개념이 생길 시기다.
하지만 그 개념이 잡히기도 전에, 동생 미라이가 들어왔다.
“미래의 미라이” 영화 일부분
정체성 길잡이 여동생
미라이라는 단어는 길잡이라는 뜻을 지닌다.
실제로 미라이가 이 집안에 들어오고 나서 많은 것이 바꼈다.
아빠, 엄마, 오빠 모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됐다.
아빠는 육아와 집안일에 참여하면서 아내를 이해하고, 일에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됐다.
예전보다 훨씬 상냥해졌다.
엄마는 산만하고 신경질적인 성격이 많이 없어졌다.
예전보다 많이 차분해졌다.
오빠인 쿤에게는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핵심 인물이 됐다.
기차역에서 길을 잃고 헤메고 있을 때, 자신을 증명할 사람은 미라이뿐이었다.
아직 엄마와 아빠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나한테 관심을 주는 대상일 뿐이었지, 내가 관심을 가질 대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라이는 달랐다.
영원할 거라는 부모님의 관심을 뺏어간 동생, 미라이는 내 관심 대상 1순위였다.
그래서 위급한 그 상황에서 나 자신을 대변할 사람은 미라이가 됐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미라이” 영화 일부분
순간 순간을 기억하는 사진
이를 고쳐주기 위해 같이 시간을 거스르면서 지금은 보지 못하는 가족의 기록을 봤다.
엄마의 산만했던 어린 시절을 보고, 자신을 위한 희생을 어렴풋이 느꼈다.
아빠의 힘들었던 자전거 연습 장면을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증조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보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그리고 영화에 계속 등장하는 사진첩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 증조 할아버지 등 모든 가족의 기록이 거기에 담겨있다.
그 속에 존재하는 많은 순간 순간이 쌓여 현재에 이르게 됐다는 걸 잘 보여주는 장치다.
그때 목숨을 걸고 헤엄치지 않았다면…
할머니가 이때 일부러 천천히 달려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너무나도 작고 작은 것들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는 거다.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건, 그런 순간들이다.
과거에 후회하는 상황들만 있다면, 후회하는 지금의 나만 존재할 뿐이다.
우리는 과거도, 미래에도 살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준다.
지나간 건 지나간 일인 거고, 앞으로 일어날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지금 현재를 잘 살아가는 것 뿐이다.
아이를 갖기 전에 산만하고, 스트레스가 많아 날카로웠던 부모님처럼 말이다.
오늘의 깨달음 : 후회하지 말고 살아가자
만약, 그때 등의 단어로 과거를 후회할 때가 있다.
하지만 후회하는 지금도 결국엔 과거가 된다.
그러므로 지금을 다시 쌓아 내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살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