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모리 마을에 왜 운석이 떨어졌을까

실매듭 분업 “너의 이름은.” 영화 일부분

요츠하는 실을 정리한다.
미츠하는 실을 엮고 있다.
할머니인 히토하는 베틀로 실매듭을 만들고 있다.
미야미즈 신사가 시토리노카미라는 베틀의 신을 모시고 있기에 그렇다.

향토지에 나온 실매듭 “너의 이름은.” 영화 일부분

신사의 제사 방식이 마을로까지 퍼져 나가서 마을 사람들도 만들기 시작했다.
실매듭은 그렇게 이토모리 마을의 특산품이 됐다.

마유고로의 큰 불

영화에서도 많이 언급됐던 사건이다.

쿄와 3년, 즉 1803년,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에 신사 가까이에 있던 집에 불이 나서 산불로 번졌다.
이토모리 집락에 큰 피해를 입혔고, 미야미즈 신사도 전소했다.
종이에 적힌 기록도 존재했다고 하는데, 그때 모두 타버렸다.
후에 사람들은 불이 난 민가 주인의 이름을 따서 마유고로의 큰 불이라고 부른다.
지금은 축제의 의미밖에 남지 않은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미야미즈 신사는 200년 전에 기록이 단절됐다.
남아있는 건, 신악무와 실매듭 뿐이었다.

예전에는 1인 상전 체제였다고 한다.
고대 신사의 제사 순서나 신사 고유의 기도문을 오직 한 명의 후계자에게만 가르치는 걸 의미한다.
많은 신사들이 택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아니 한다.
엄청난 위험을 포함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든 전승이 끊길 경우, 오래 전부터 지켜 내려온 비밀스러운 전통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미야미즈 신사의 신악무는 살아남았다.
해당 무용을 습득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여러 여자들이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악무 중에는 군무도 있어서 마을 처녀들 중에서도 배우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쉽게 이어 내려올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신악무에 무슨 의미가 있고, 뭘 표현하는 가에 대해서는 대화재 이전에 이미 알 수 없어진 상태였다고 한다.

실매듭도 마찬가지다.
사실 실매듭은 신사 제사의 일환이었다.
다만, 씨족 사람들과 신앙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실매듭을 꼬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그래서 이또한 잘 이어져 내려왔지만, 이 행위의 기원과 의미에 대해서는 모른다.

구경하는 학교 동기 “너의 이름은.” 영화 일부분

시간이 흘러, 결국에는 축제만 남았다.
미야미즈 신사에서 행하는 풍양제도 마찬가지다.

미야미즈 신사가 모시는 신은 누구인가

일본서기에 따르면,
아마츠 신 계열의 무신인 후츠누시노카미다케미카즈치노미코토가 있었다.
아마츠 신 계열이라는 건, 일본 신화에서 천상이라고 불리는 곳에 강림한 신을 의미한다.
천상의 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둘이 천상에 거주하는 별의 악신, 아메노카가세오만을 토벌하지 못해서 곤란해졌다고 한다.
그들을 대신해 이 별의 신을 굴복시킨 신이 시토리노카미다.

다케미카즈치같은 영웅 신도 퇴치하지 못한 아메노카가세오를 어떻게 베틀의 신이 쓰러뜨렸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의견은 다양했지만, 정설은 없다.

이토모리 마을에서 아메노카가세오는 용이라고 일컫는다.
일본서기에서는 별의 신이라고 부르는데, 이것부터 달랐다.
각 마을의 신사는 토속신앙의 신을 모시기 때문에 서기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사 입구 “너의 이름은.” 영화 일부분

용을 물리친 방법에 대해선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다만, 베틀의 신인 만큼 끈을 무수히 엮어서 용을 휘감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이 마저도 이토모리 마을의 고유 해석이다.
베틀의 신이 천을 짜지 않고, 실을 꼰다고 하는 것은 이 마을 뿐이다.
역시나 끈을 꼬는 행위의 기원도 기록에는 남아있지 않다.

현실에 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라는 표현을 했을까?
이 표현은 무엇인가를 비유하는 말인 듯하다.
하지만 그게 뭔지 정확하게 모른다.
아마도 포학한 지배자, 혹은 침략자나 정복자를 의미하는 듯하다.
이를 사람들이 치밀하게 협력해서 물리쳤다고 볼 수도 있겠다.

여기서 폭군은 이 될 수 있다.
끈을 엮는다는 건, 사람들의 의사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협력하는 모습을 뜻하게 된다.

동굴 용 “너의 이름은.” 영화 일부분

미야미즈 신사의 축사에는 이즈모 계열의 축사도 도입했다.
대화재 이후에 잃어버린 축문을 다른 자료를 참고해서 재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차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 모시는 시토리노카미천손 계열의 신이기에 뭔가 이상하다.
지금 와서는 오히려 이게 중요한 실마리가 됐다.
미야미즈 신사 신앙의 줄기에서 토착신 계통에 대한 공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단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뭔가 이상하다.
천상신 계통에 속하는 시토리노카미를 숭배하는 미야미즈 신사다.
근데 여기에 이즈모 계통에 대한 공감이 존재한다는 게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아메노카가세오를 도입해보면 이해가 된다.
아메노카가세오별의 신이니 천상신 계열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복종하지 않는 신이자, 반항하는 신이다.
오히려 토착신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즉, 미야미즈 신사가 모시던 신은 원래 아메노카가세오였다.
베틀의 신을 모시던 신사가 아닌, 별의 신을 모시던 별의 신사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의 옛말로 뱀을 카가시라고도 한다.
카가세오라는 명칭은 카가시에서 생겨났고, 아메노카가세오하늘의 뱀이다.
즉, 혜성을 뱀으로 비유한 명칭이라는 설도 존재한다.

뱀과 용은 같은 부류다.
그래서 아메노카가세오는 별의 신이자 이다.
어쩌면 실매듭은 원래 뱀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미야미즈 신사에서 왜 천이 아니라, 끈을 꼬는지 설명이 된다.

이토모리 마을의 비극

혜성이 떨어지는 중 “너의 이름은.” 영화 일부분

별의 신을 숭배하는 마을에 언제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별이 떨어졌다.
별을 믿던 사람들이 별로 인해 재앙을 맞았다.
신에게 배신당했다.

이 재앙을 말끔히 떼어넬 수 있도록 신앙의 대상을 바꿨다는 생각이 든다.
아메노카가세오 신앙을 버리고, 그의 천적인 시토리노카미 신앙을 도입한 거다.
그래서 원래는 뱀을 의미하던 실매듭은 뱀을 묶는 도구로 재해석됐다고 생각한다.

끈을 꼬는 장면 “너의 이름은.” 영화 일부분

하지만 후타바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후타바는 미야미즈가 추구하는 건, 실을 엮고 짜는 행동 그 자체에 있다고 한다.
운석이 떨어지기 전부터 엮는 일 자체가 신앙이었고, 엮어낸 물건을 신 앞에 바치는 제사 형태가 이미 존재했었다는 게 그 예시다.

결국 사람들의 협력으로 이뤄냈다

끈을 엮는다는 건, 사람들이 협력하는 모습과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토모리 마을에 다시 한 번 혜성이 떨어질 때, 그 모습이 드러났다.
미츠하와 타키, 텟시, 사야, 토시키, 요츠하, 히토하 등 모두 잘 협력했다.
마을이 없어지는 결과는 막을 수 없었지만, 인명피해라는 재앙은 막을 수 있었다.

운석 떨어지는 현장에 있던 미츠하 “너의 이름은.” 영화 일부분

이를 유일하게 이해했고, 협력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토시키가 큰 역할을 한 게 맞다.
모두 각자 있어야 할 위치에 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의 깨달음 :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많이 들어본 얘기일 거다.
역사 공부가 중요하다고는 하나, 현실에 많이 와닿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런 일을 다시 겪기에는 시간이 짧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토모리 마을을 보면, 다시 겪는 사이클에 속한 세대를 잘 그려낸 것 같다.
원래는 고고해 보여야 하는 풍양제가 그저 마을 구경거리로 전락했고,
마유고로의 큰 불 축제가 불조심을 하자는 축제가 아닌, 그저 즐길 축제가 됐다.

모든 걸 의미와 기원을 알고 살아가야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궁금하다면, 찾아서 공부하며 알게 된 것에 큰 깨달음과 뿌듯함이 있을 거다.
그리고 혹여나 그 일이 다시 닥치게 된다면, 예방 대책을 세울 중요 인물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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