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과 인간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시공간으로 이뤄진다.
그만큼 시공간이 인간 관계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뗼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시간과의 관계

일단 시간과의 관계를 봐보자.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때 만난 친구를 다른 지인에게 소개한다고 생각해보자.

얘랑은 고등학생 때 만났어
대학생 때 알게 됐어

이렇게 학생 때는 시간을 붙여서 소개를 하게 된다.
언제부터 알았고, 지금은 몇 년이나 지났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시간만큼이나 공간이 중요하다.
이건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하다.

학생에서 졸업하고, 사회로 나와 만난 친구를 소개한다고 생각해보자.
언제부터 알았고, 몇 년이나 친했는지는 이제 신경쓰지 않는다.
어디서 만났는지가 훨씬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공간과의 관계

졸업하고 27살에 만난 친구야
30살에 알게 된 친구야

이런 식으로 소개를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알게 됐어
어디 나갔다가 우연히 친해졌어

이렇게 지인 소개에 시간이 빠지고, 그 공간을 공간이 차지하게 된다.
당신이 지인과 얼마나 오래된 사이인지는 이제 관심이 없다.

질문 장면 “너의 이름은.” 영화 일부분

시공간을 넘어선 관계, 타키와 미츠하

너의 이름은.에서 타키가 미츠하를 만나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오쿠데라 선배와 츠카사가 미츠하가 누구고,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묻는다.
하지만 타키는 그에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이건 당연하다.
미츠하라는 존재는 설명이 불가능한 시공간의 존재이기 떄문이다.

사람은 서로 같은 시공간에 있어야만 관계가 맺어진다.
하지만 타키와 미츠하는 붉은 실매듭과 구치카미자케로 맺어진 관계다.
단순히 시공간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한 차원 더 넘어가야만 설명할 수 있는 관계가 된다.

붉은 실의 역할

타키와 미츠하는 붉은 실매듭을 통해 관계가 시작된다.

미츠하가 죽기 3년 전에 타키에게 준다. 타키가 3년 동안 갖고 있다가, 시간을 되돌려 다시 돌려준다.

둘이 같은 시간대에 붉은 실매듭을 갖고 있었던 적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타키가 돌려줌과 동시에, 붉은 실매듭으로 인해 꼬여있던 시공간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둘은 감정만 남고, 아예 모르는 남이 됐다.
같은 시공간에 있었던 적이 없으니, 이건 당연한 처사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좋아한다는 감정이 이 둘을 사로잡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그 어떤 시공간과 연결되지 않고, 마음 한 구석에 박혀있는 상태다.

그래서 타키와 미츠하는 아침에 일어나면, 뭔가를 잊어버린 기억은 있지만 그 대상이 뭔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에서 살아간다.

기억보다는 감정 “너의 이름은.” 영화 일부분

기억보다는 감정

기억보다 감정이 오래 지속된다는 걸 알 것이다.
지금 당장 친한 친구 한 명을 떠올려보자.
그 친구와 어떻게 가까워졌고, 어떻게 친해지게 됐는지 기억할 수 있는가?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을 거다.
단지 그때 같이 있었던 추억이 재밌었고, 즐거웠다는 감정만 남아 있다는 걸 느낄 뿐이다.

꿈으로도 알 수 있다.
눈을 뜨는 순간, 내용은 기억에 오래 남지는 않는다.
하지만 꿈 속에서 느꼈던 순간의 감정은 기억보다 오래 지속된다.
그렇기에 이름을 적지 않고, 자기의 감정을 미츠하의 손바닥에 적은 타키의 재치는 놀라웠다.

한데 모아서 모양을 만든 후에 꼬아서 휘감고,
떄로는 되돌리고, 끊기고, 또 이어지고.
그것이 실매듭. 그것이 시간. 그것이 무스비

타키와 미츠하 사이에 있던 관계의 실은 좋아한다는 감정으로 다시 이어진 거다.
미츠하가 운석을 피해 살아나면서 끊겨있던 실이 다시 생겨나 이어졌다.

이렇듯 인간 관계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어떤 사소한 감정이나 사건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는 인연, 오는 인연 막지 말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마치 실매듭처럼 살아가보자.


오늘의 깨달음 : 인간 관계는 감정이다

아무리 많이 만나는 인연이 있다고 하더라도 감정이 좋지 않은 관계가 있을 거다.
이제 같은 시공간에 있지 않으면, 그 관계는 끊어져 버린다.

하지만 감정이 좋은 관계라면, 같은 시공간에 자주 있지 않아도 그 관계는 꾸준하게 이어진다.
그만큼 감정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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