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과 다름

전쟁으로 등료들을 잃고, 돼지로 살아가는 “마르코”이자, “포르코”의 이야기다.
전쟁 이후, 인간을 무척이나 싫어하게 됐다.
그렇게 인간이길 포기하고 돼지로 살아간다.

이후 “포르코”는 살상을 하지 않는 ‘날아다니는 돼지’로 자유롭게 살아간다.
반면에 인간은 여전히 서로를 죽이고, 전체주의 국가가 창궐하는 세상에 살아간다.

자연스럽게 “포르코”는 선역이 되고, “인간”은 악역이 된다.
하지만 난 선역인 “포르코”가 선역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붉은 돼지 “붉은 돼지” 영화 중 일부

붉은 돼지의 신념

붉은 돼지도 사실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아니, 오히려 인간보다 더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 군상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다른 인간들은 돼지가 된 “포르코”를 ‘인간처럼’ 대해준다.
대우와 차별을 하지도 않고, 돼지라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돌아와 국가에 충성하고, 같이 살아가자고 한다.

하지만 “포르코”는 되려, 인간을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나의 생각과 ‘틀린 생각’을 하는 사람들처럼 상대한다.

나라에 충성하는 것,
사랑에 빠지는 것,
살상을 하는

이 세 가지를 대표적으로 본인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로 생각하는 듯하다.
본인에겐 이것이 본인 생각에는 ‘틀린 행동’이기 때문이다.

붉은 돼지 “붉은 돼지” 영화 중 일부

스스로 인간과의 거리를 두며, 외딴 섬에서 홀로 살아간다.
인간인 시절의 관계도 계속해서 맺고는 있다.
하지만 자신이 정한 선은 넘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점차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서 살아가는 거다.

그딴 것은 인간들끼리 실컷하라

“포르코”는 스스로 본인과 인간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틀렸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틀린 생각’을 갖고 있고,
서로 다가가지 못하는 ‘틀린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포르코”는 본인과 틀린 인간의 세상에 발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랑도 애써 무시하며 살아간다.

남을 신경쓰지 않고, 본인만의 세상에서 본인만을 위해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 많은 동물 중에서 “돼지”가 된 게 아닌가 싶다.

붉은 돼지 “붉은 돼지” 영화 중 일부

포르코에게 찾아온 사랑

이런 “포르코”한테도 진정한 ‘사랑’이 찾아온다.

지금까지 “지나”가 줬던 사랑은 무시했다.
그저 예전 인간이었을 시기에 지냈던 ‘정’때문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피오”의 사랑은 다르게 느껴졌다.
자신도 받아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유일한 ‘사랑’이었을 거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돼지’였으니, 다른 외부 요인없이 본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튼 이 사랑으로, “포르코”는 인간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지나의 사랑”도 진심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너를 보면, 인간이 그리 나쁜 것 같지도 않은 것 같군.

무조건 인간은 본인과 ‘틀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시점이다.

본인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뿐이지,
‘틀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붉은 돼지 “붉은 돼지” 영화 중 일부

“피오”가 “포르코”의 생각을 철저히 부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포르코”가 “피오”를 처음 봤을 때를 떠올려봤다.
“피오”는 어리고, ‘여자’였기에 비행정을 제대로 고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건 명백한 편견이었고, ‘틀린 생각’이었다.
하지만 “피오”는 “포르코”의 ‘틀린 생각’을 유일하게 부순 인물이다.

지금까지 영화 흐름을 보면,
비행정을 고치는 “피오” 전에는 “포르코”의 생각이 전부 옳게 나온다.
“공적은 나쁜 놈”, “살상은 나쁜 것”, “파시즘은 싫다” 등 이었다.

그렇지만 “피오”의 등장 이후에는 모든 게 서서히 부서진다.
“포르코”의 편협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붉은 돼지 “붉은 돼지” 영화 중 일부

붉은 돼지는 다시 인간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어가면서, 중간 중간 인간의 얼굴을 되찾기도 했다.
결국 본인이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는 걸 꺠닫는 순간에 그랬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지금까지 믿어왔던 게 ‘틀린 생각’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인간의 모습으로 “커티스”와 협업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사랑”의 힘으로 본인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게 됐다.
본인만이 선이고, 옳다고 믿는 “돼지의 세상”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는 “인간의 세상”으로 돌아올 생각도 있다는 뉘앙스를 남겼다.

주인공의 성장기를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영화다.


오늘의 깨달음

붉은 돼지 “붉은 돼지” 영화 중 일부

틀린 건 없다,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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